장자의 망상속의 현주

[수행기] 남회근의 금강경과 유식론: 3차 투영의 세계를 읽다

남회근 선생님의 금강경 강의를 인내심을 가지고 탐독하다 보니,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습니다. 오늘 특히 제 마음을 두드린 대목은 중국 도가의 계승자인 장자의 말을 빌린 ‘망상현주(罔象玄珠)’에 대한 비유였습니다.

“罔象玄珠蹤跡杳 (망상현주종적묘)”
망상 속의 현주처럼 종적이 묘연하다.

이 말은 우리가 마주하는 우주와 물질세계가 사실 본래의 것이 투영된 세계라는 점을 시사합니다.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‘3차 투영’의 단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.

  • 1차: 본래의 성품 (진여)
  • 2차 투영: 정신세계가 물질세계로 투영됨 (의타기성)
  • 3차 투영: 그 속에서 ‘나’라는 몸뚱이와 ‘자아’라고 착각하는 관념 (변계소집성)

유식무경(唯識無境), 비현실 속의 진실

유식론의 핵심인 ‘유식무경’, 즉 오로지 식(생각)만 있고 경계는 없다는 말은 언뜻 매우 비현실적이고 난해하게 들립니다. 하지만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원리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.

유(有)가 곧 무(無)요, 무(無)가 곧 유(有)인데, 과연 무엇을 두고 ‘이것이 원래의 것이며 변하지 않는 실체’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? 우리가 실상이라 믿는 것들은 결국 식에 의해 나타난 찰나의 현상일 뿐입니다.

“우리는 투영 속의 투영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?
종적 묘연한 현주를 찾는 길은, 결국 이 투영의 굴레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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